유럽 한인 이주 100주년 경축행사, 프랑스 파리서 성황리에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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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인 이주 100주년 기념 경축행사’가 11월 4일 오후 프랑스 파리 CITE´ UNIVERSITAIRE SALLE ADENAUER에서 유럽한인총연합회(회장 유제헌) 주최, 프랑스한인회(회장 나상원) 주관으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유럽한인총연합회는 100년 전에 유럽으로 건너와 한인단체인 재법한국민회(회장 홍재하)를 결성해 독립자금을 전달하고, 1920년에는 유럽에 있는 한인들이 모여 3.1 혁명운동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 등 독립운동과 어려운 동포들을 돕고 상호 협력하는 애국, 애민단체의 역할을 했다.
개별적으로 한인들이 유럽으로 이주한 역사는 좀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가야하겠지만, 국내에서 1919년 3월 1일 혁명에 참가했던 분들이 일제의 압박을 피해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오는 발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유럽 한인사회가 형성됐다.
1919년 초 한국 임시정부의 주(駐)파리위원부가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 19일 파리위원부의 서기장인 황기환의 도움으로 파리에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스위프(Suippes)에 35명의 한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정착해 재법한국민회를 조직, 초대 회장에 홍재하를 선출한 것이 유럽한인단체의 시초가 됐다.
스위프에 도착한 한인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에서 온 수천 명의 인부들과 함께 전후 복구를 하는 힘든 중노동을 했는데, 박봉이었지만 12월 첫 월급부터 월급의 1/3이 넘는 금액을 기부, 매월 1000프랑의 독립 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에 전달했다.
마른느(Marne) 도립 고문서관에 소장된 1920년 외국인 명부에는 35인의 한인들에 대한 입국일, 생년월일, 출생지와 거주지 및 직업 및 직책, 체류증 발급날짜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국적이 한국인(Coreén)으로 명시돼 있는 점은 임시정부와의 협력과 파리위원부의 역할로 가능했다고 본다.
당시는 국가를 잃은 상태라 한국국적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중국국적과 중국이름으로 유럽으로 온 분들이 많아 이들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국적으로 프랑스 마르세이유를 통해 유럽에 온 한인들은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을 하게 됐고, 1920년 3.1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행사를 스웨프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유럽 한인 이주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스웨프시 진 레이몬드 이곤 시장(Mr. Jean Raymond EGON)의 설명에 의하면, 1923년 스웨프에서 한국인들이 한국문화 축제를 개최한 바 있으며, 오는 2023년 100주년을 맞아 한국문화축제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재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 한인 이주 100주년 경축행사’는 제1부 학술세미나, 제2부 경축 기념행사, 3부 국립합창단 경축공연, 4부 리셉션 순으로 진행됐다.
학술세미나는 이부련 프랑스한인회 고문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는데, ‘유럽한인이주 100년 역사편찬위원회’ 편찬위원으로 수고하는 이진명 프랑스 리옹대학 명예교수가 ‘해방 이전의 한불 관계와 프랑스 한인사회’, 독일 레겐스부르그 교수를 역임한 김영자 박사가 ‘독일 100주년 한국인 이민 형성사’, 송창주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 관장이 ‘1907년 헤이그에서의 한국독립운동과 이준 열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세미나가 끝나고 바로 시작된 공식 기념식은 태극기와 유럽연합기를 선두로 26개 유럽국가의 국기 등장으로 시작됐다.
국민의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그리고 기념사로 진행된 기념식에서 나상원 프랑스한인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100이 가진 상징성은 한국인에게는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주는 최고점수이지만 어려웠던 100점,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원하지만 다가가기 쉽지 않은 세월 100년, 모든 것의 완벽함을 의미하는 숫자가 곧 100”이라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100년의 역사를 우리가 맞이하게 된 것은 대단히 감격스럽고 뜻 깊은 일이며,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나가는 유럽한인사회가 되자”고 말했다.
유제헌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인사말에서 “유럽 한인 이주 100년을 맞이해 100년의 역사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갖게 됐는데, 우리의 선조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오직 조국의 광복을 위해서 희생적인 삶을 살아오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럽한인사회는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파독으로 조국근대화의 마중물이 됐으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를 거치며 우리의 기업들이 대한민국을 세계무역 6위에 올려놓았다. 1993년 6월 13일 삼성의 프랑크푸르트 신(新)경영 선언은 삼성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의 동력이 된 사건으로 아직도 많은 기업가들에게 회자되고 있다”며 “돌아본 100년과 내다본 100년의 유럽한인 역사에서 우리는 모두 한 일원이 돼 이루어 내었는데, 유럽한인의 역사는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독립 투쟁으로부터 시작돼 조국의 근대화를 견인했고, 글로벌 경제와 한류의 세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희망찬 미래, 100년을 출발하는 유럽의 한인사회가 통일을 이룬 한반도, 부산에서 서울과 평양을 거쳐 파리까지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 희망봉까지 통일고속열차로 달릴 수 있는 그날을 향해 지렛대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문 주프랑스한국대사는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며 유럽한인 이주 100주년이 되는 해로서, 유럽한인사회에 있어 각별한 의미가 있는 해”라며 “정확히 1919년 11월 19일에 35명의 한인들이 이곳 프랑스에 첫발을 내딛으며 유럽한인이주사가 시작됐다. 참으로 가슴 벅찬 100년의 항해였다. 고된 역경 속에서도 끈기와 인내, 근면과 성실로 유럽대륙에 한국의 얼을 심고, 또 한편으로 조국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온 자랑스러운 여정이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유럽대륙에 새겨진 우리 선조들의 불굴의 의지와 기백정신을 이어받아 미래 100년을 향해 힘차가 나가자”고 축사를 했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유럽 한인 이주 100주년을 축하드린다. 미래 100년을 향하는 유럽한인동포사회가 더욱더 발전하고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믿는다. 오늘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재외동포는 180개국 75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우리 재단도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를 확충해 재외동포와 모국이 함께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넓히고, 한인공동체가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측에서는 La Marne도의 부지사 등의 축사가 있었고, Mr. Jean Raymond EGON 스웨프시 시장은 부부 동반으로 참석해 행사를 축하해줬다. 귀빈으로는 6.25 전쟁의 참전용사 몇 분과 100년 전에 재법한국민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홍재하 씨의 둘째 아들인 홍후안 씨가 참석해 아버지를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식 기념행사를 마치고 곧 바로 대한민국 국립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70명의 합창단원들은 멋진 선율과 하모니, 열창으로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 수고하신 선조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앞으로 다가올 유럽한인100년의 소망을 담아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태>, <뱃노래>와 앵콜곡 <아리랑>을 마지막으로 축하공연은 막을 내렸다.
행사의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푸짐하고 정갈하게 차려진 한식과 떡을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이어갔다. 리셉션이 준비된 홀에는 지난 100년을 돌아보는 사진전시, 영상 상영도 함께 진행돼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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